플라톤(그리스·BC 427~347) 데카르트(프랑스·1596~1650) 스피노자(네덜란드·1632~1677) 흄(영국·1711~1776) 칸트(독일 1724~1804) 등 이들의 공통점은 철학자들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독신주의자들이다.
만년에 장가든 게 악처를 만난 걸로 유명한 소크라테스가 있지만, 독신주의 철학자는 이밖에도 있다. 제논·로크·라이프니쯔 등이다.
칸트는 여자를 싫어했다. 가정적으로 불행했던 탓이다. 경제적으로 불우했던 게 아니고 집안환경이 그랬다. 칸트의 아버지는 은행가다. 아들이 실업가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소년 칸트는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자살하는 비운을 맞는다. 어머니와 여동생하고 세 식구가 살다가 칸트는 마침내 어머니와 의절하고 집을 나간다. 그 무렵 유행된 사교계서 어머니의 남자 관계가 복잡했던 게 아들의 분노를 산 것이다.
칸트는 프랑크푸르트의 하숙방에서 30여년 동안 독신으로 한 마리의 개와 살면서 집필에 몰두했다. 유일한 취미가 피리를 부는 것이다. ‘순수이성비판’ 등 수많은 불후의 명저를 남긴 것이 프랑크푸르트의 하숙방이다.
쇼펜하워(1788~1860)도 독신주의 철학자다. ‘결혼한다는 것은 자기 권리를 절반으로 하고 의무는 2배로 짊어지는 것이다’ 쇼펜하워의 말이다.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가운데서 한 말이다. 남녀가 동석한 어느 자리에서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영리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여자가 더 영리하다”고 즉답했다. “남자는 어리석기 때문에 결혼하고, 여자는 영리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이유를 댔다.
쇼펜하워의 그 무렵은 영국의 산업혁명 초기다. 산업구조의 중심이 농경문화에서 기계공업으로 이전되던 때다. 그러나 여자보다 힘이 센 남자가 산업 일선의 주역인 것은 농경시대나 기계공업이나 다 같다. 쇼펜하워의 말은 여자는 힘이 없으므로 부양할 남자를 찾아 결혼하고, 남자는 아내의 부양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첨단산업 시대다. 고급 업종은 말할 것 없고 단순업종도 힘 위주의 산업이 아니다. 여성도 얼마든지 일 할 일터가 있고 소득을 올릴 수가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오히려 활발하다. 여성이 부양해줄 남자를 찾기위해 결혼하는 사회가 아니다.
쇼펜하워가 지금쯤 살아있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 지 궁금하다. 철학도 시대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분야가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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