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유증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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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전쟁은 증오와 적대심에서 비롯한 가장 극렬한 갈등이 폭력적으로 표출된 상황이다. 전쟁에는 파괴와 살상이 뒤따른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 피해에서 비껴갈 수 없다.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다는 점은 전쟁의 가장 잔혹한 면모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폭력이 진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후유증이 오래 간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현대사는 특히 그렇다. 한국전쟁의 폐해는 실제 전쟁이 치러진 시점(1950~1953년)에서 반세기기 흐른 지금에도 부정적인 그림자를 남북 사회에 두루 짙게 드리우고 있다.

군사적으로 세계 최대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전체 사회를 병영국 모습으로 꾸며 놓은 북한 사회는 말 할 것도 없다. ‘빨치산 체제’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쪽 역시 전쟁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전쟁으로 생겨난 집단적 피해의식은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보편화했고,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 힘든 비합리적 사회를 만들었다. 왜곡되고 고정된 성 역할을 강조하거나, 성차별적 가부장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등의 문제도 사실은 군사주의와 직간접으로 맞닿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피해도 막대하다.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전쟁 대비 비용’, 곧 분단 비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체재 경쟁이 사실상 끝난 상태인데도 남북한 통틀어 가장 좁은 면적에 가장 많은 전투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남북 모두 국방비의 비중을 줄인다면 여느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는 복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됐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제의를 거부하고 그것이 “분열을 영구화하기 위한 방패로 들고 나왔다가 오물장에 처박힌 반통일 골동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보니 한반도는 하나”라고 했는데 전쟁의 후유증이 너무 아프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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