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를 보면 영웅호걸이나 최후의 승리를 얻은 인물들은 한결같이 후안흑심(厚顔黑心)의 사람이었다. 미국의 개척자들은 이 후안흑심을 지녀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 수 있었다. 명분과 예의, 염치를 중요시하는 유교적 가치로 보면 충격적인 이야기다. 일명 후흑학(厚黑이라고 부르는 이 정신은 청나라 말기 지식인이었던 이종오가 1911년 ‘공론일보’에 발표하여 떠들썩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오늘날도 대만과 대륙에서 이 후흑학이 인기라고 한다. 중국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체면과 자존심을 강조하는 유교적 명분주의도 알아야 하지만 좀처럼 자신의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지 않고 실리와 현실을 중요시하는 후안흑심의 마인드도 이해해야 한다.
후안흑심의 후안은 방패다. 100만명이 나를 쳐다보고 손가락질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대단하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남들의 눈치와 체면에 얽매이지 않았다. 한나라 유방은 무릎을 꿇고 거짓으로 눈물을 흘리며 애원할 줄 아는 후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경쟁자 항우가 유방의 부친을 인질로 잡아 삶아 죽이겠다고 위협했을 때 되레 ‘그 국 한 사발을 나누어 달라’고 요청했다. 유비 역시 후안의 대가였다. 유비는 목적을 위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이리저리 쫒겨 다니며 눈칫밥을 먹어도 전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동가식서가식(東家食西家宿)’의 대가였고, 급히 일이 생기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시도 때도 없이 대성통곡하여 살길을 찾았던 표정관리의 대가였다.
후안흑심의 흑심은 창이다.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을 동정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이 창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목표에 집중하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 이 창을 가질 수 있다. 조조는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승리를 위하여 가차 없이 장애물을 제거하고 동점심을 극복하여 최후의 승리자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후안과 흑심을 열쇠로 성공했다고 해도 회환은 남는다. 후안흑심으로 승자가 됐을지언정 아름다운 승리라고 할 순 없다. 오늘날 정치판이나 기업에서 후안흑심이 너무 난무한다. 세상이 아무리 실리와 성공을 우선으로 친다 하여도 후안흑심이 진리는 아니다. 현세는 혼탁해도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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