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 위기설이 계속 나온다.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다. 북한의 부족한 식량 사정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 발생한 홍수 피해로 곡물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식량 위기는 예견돼 왔다.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지난해 북한의 쌀·옥수수·감자 등 곡물 생산량을 401만t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도 448만t 보다 11% 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면 북한의 곡물 수요량은 인구(2천300만명)를 감안할 때 연간 650만t 가량으로 예상된다. 단순 비교상으로 올해 249만 t의 식량이 부족하다.
북한이 식량 배급량을 평소보다 20% 정도 줄인 최소 수요량(520만t)을 기준으로 할 때도 120만 t이 모자라는 셈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북한 곡물 생산량을 300만 t으로 파악했다.
만일 외부에서 북한으로 식량이 유입되지 않으면 7월 이후엔 ‘위험 수위’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진 북한은 지금 식량 조달에 분주하다. 남한이 매년 40만~50만t의 쌀을 지원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전면 중단된 것이 상당한 타격이다. 국제곡물가가 폭등한 데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빠 식량을 사들이기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궁여지책으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올 1~3월 쌀·옥수수·밀가루 7만3천 t을 수입했다. 북한은 이와 별도로 중국에 식량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2천600t)와 인도(2천t)도 북한에 지원할 예정이다. 막바지 협의가 진행 중인 미국의 곡물 50만t 지원이 이뤄질 경우 어느 정도 숨통이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북한이 올해는 외부 지원으로 근근히 버틴다고 해도 내년에 식량 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특히 남한이 매년 30만~35만 t의 비료를 지원했지만 올해는 끊겼다. 비료 1t의 식량 증산 효과가 2.5t 이므로 75만t 이상의 수확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는 ‘북한이 먼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진 자·있는 자가 호의를 베푸는 법이다. 조건 없이 북한에 식량을 주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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