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탑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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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탑’은 교회의 상징물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십자가 탑을 볼 때 마다 세인들의 죄를 청산하고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은 예수를 기억한다. 십자가 탑은 오래 전부터 종각으로도 쓰여 지역 주민들을 예배당으로 초대하는 것은 물론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현대에 들어와선 네온을 설치해 야간에도 교회를 알리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과 방황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부 교회의 십자가 탑이 소흘하게 관리되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대부분 십자가 탑이 강풍이 불면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교회나 상가 건물 위에 설치된 십자가 탑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십자가 탑은 6m 이상 축조할 경우 건축법상 신고 또는 허가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10~15m, 심지어 30m 이상을 세우면서도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다. 신고를 하면 관계 관청의 조사나 감사,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일조권 확보 문제 등으로 십자가 탑을 높게 세울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기피한다. 실정법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일 사고가 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민원이 접수돼 십자가 탑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생긴다.

더구나 교회들은 6개월~2년마다 받아야 하는 십자가 탑 시설물 ‘안전점검’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6조에 따르면 시설물 정기 점검은 2년에 1회 이상, 긴급 점검은 관리 주체나 관계 행정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리주체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십자가 탑 붕괴 사고는 대부분 전문업체가 아닌 무허가 업체가 시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갑작스런 돌풍으로 인천 구월동 4층짜리 교회 옥상의 십자가 탑이 도로에 쓰러진 적이 있었다. 초속 17m에 달하는 강풍을 십자가 탑이 견디지 못해서였다. 20m 높이의 십자가 탑이 도로 위를 달리던 1t 화물차와 주차돼 있던 차량 2대를 덮쳤었다. 교회가 법을 어겨선 안 된다. 성스러운 십자가 탑이 무너져 인명이 손상된다면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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