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위스키 한 잔에 762만원 짜리가 있다. 55년산 위스크에다 스코틀랜드산 얼음을 넣어 프랑스 제품의 금잔에 담은 술이다. 두바이의 별 일곱개 짜리 호텔에서 판다.

베럴당 130달러대의 고유가로 세계경제는 멍들어간다. 특히 한국경제는 거의 치명상이다. 반면에 중동국가들은 미소를 짓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은 흥청망청이다. 석유수출만으로 날마다 버는 돈이 우리 돈으로 하루에 3천191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GDP(국내총생산)가 벌써 8.2%나 늘었다.

중동국가들은 지난번의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 지난 번엔 벌어들인 달러를 서방 선진국에 재투자했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다. 자국내 도로 공장 등을 건설하는 데 쓰고 있다.

G8+3(한국·중국·인도) 11개국이 석유증산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적이 있다. 지난 8일 일본 아오모리에서 가진 에너지 관련 장관회의에서다. 이들 11개국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65%를 쓰는 다소비 국가인 것이다. 회의에서는 지금의 국제유가는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대로 계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산유국은 쇠귀에 경 읽기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차킵 켈린 사무총장은 “지금은 증산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증산 불가가 오는 9월9일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 전까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으나, 정례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기대할 만한 별 뾰쪽한 기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석유 증산을 거부 당한 게 처음은 아니다. 부시 등 미국과 영국이 산유국에 권고적 압력을 두어차례 가했는 데도 요지부동이다. 산유국들은 서방 국가의 자금 흐름이 왜곡되어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되레 덮어 씌우고 있다.

세계경제에 주름살을 입히면서 산유국들이 누리는 초호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석유 소비국을 골탕 먹이는 횡포에 언젠가는 한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잔에 담은 55년산 위스키 잔이 호화판 축배에서 독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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