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말뿐인 ‘상생’

이정탁 <서부취재팀 차장> jt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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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의회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3일 17주년 개원식이 ‘반쪽’ 행사로 열렸다. 재적의원 24명, 한나라당 의원 15명 중 2명을 포함한 10명만이 참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것은 지난달 30일 의장단 선거에서 당내에서 의장 후보로 결정된 A의원에 맞서 같은당 후보인 B의원이 민주당 의원 9명과 야합해 당선됐다는 이유다. 부의장은 민주당이 차지했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신임 의장인 B의원을 제명조치하는 강수를 띄웠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틀 뒤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과 간사 등 8명 모두를 싹쓸이하며 재결집, 세를 과시했다. 당내 분란에 움찔한 지구당이 앞서 의원들의 응집을 채근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갈지자 행보다.

그동안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2석을 요구한 반면 한나라당은 전반기처럼 1석만을 제시하며 힘겨루기를 해왔다. 결국 민주당은 2석 확보를 위해 A후보 대항마로 B후보를 끌어들여 총 13표를 던져 의장으로 당선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기명 상호투표로 뽑고 있는 의장단 선출방식(교황식)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주의와 의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행한 사태”라고 신임 의장단을 성토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를 앞세워 상임위원장과 간사 자리를 싹쓸이 했다”고 비판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양 당의 진흙탕 싸움을 두고 “정당정치에서 어른다운 어른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교섭단체간에 원만하게 풀지 못한 모두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어쨌든 신임 의장단은 법적으론 자유롭지만 도덕적 흠결은 후반기 내내 꼬리표로 남게 됐다. 5대 시의회 출범시 의원 모두가 내건 ‘상생 의회’, ‘미래지향 의회’가 구두선(口頭禪)으로 그치고 있다.jtlee@kgib.co.kr

이정탁 <서부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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