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 전옥수

긴 장마

지루한 잿빛 침묵 하염없다.

좌우대칭 반듯한 보도블럭

끄트머리

한줌 햇살 그리운

진분홍 백일홍

발그레한 수줍음으로

백일간의 삶

붉게 물들였다.

절박한 심정으로

아픈 살점 하나 떨군다.

삭막한 골목

어눌한 꽃그늘 속으로

하얀 햇살 한 줄기

솜털같이 감싸 안으면

사랑스런 신의 언어

귓전에 맴돈다.

백날의 열정으로

진한 꽃잎 달구어낸

숭고한 섭리 속 아름다움 앞에

여름날의 겸손을 배운다.

부산 출생 / ‘문파문학’으로 등단 / 동남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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