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문화사절의 무례

오정희 <고양 주재기자> heey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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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라는 것은 일방의 것이 아닌 쌍방의 행위로 외교의 의전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세심한 것은 모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것 하나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의사 표시가 되고 최고의 예우를 주고 받았을 때 비로소 최고의 외교적 성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고양시는 최근 국제교류도시와 자매결연 행사를 위해 고양시립합창단과 함께 중국 흑룡강성 치치하얼시를 방문, 치치하얼대학교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과정에서 합창단원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무례를 범했다.

현재 고양시립합창단의 지휘자가 공석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외국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로 합창단원을 내세웠다는 것은 역으로 이야기 한다면 ‘너희 나라 오케스트라쯤은 우리나라 합창단원이 지휘해도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상대국에는 문화적 치욕이 되는 것이다.

만일 고양시립합창단이 서울시향과 협연하면서 합창단원이 서울시향을 지휘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한다면 아마 그는 영원히 문화계에서 다시는 볼 수 없도록 매장 당할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지휘자의 역량이 곧 그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되고,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 권위의 상징이다.

그러나 고양시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상대국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합창단원을 내세움으로써 상대국에는 문화적 치욕을, 고양시는 매우 무례하고 불쾌한 문화사절단을 보낸 문화의 기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문맹국 수준의 도시임을 자처하고 말았다.

설령 대한민국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고양시립 합창단원들의 역량에 힘입어 그날의 공연은 무사히 마쳤다 해도 이는 고양시가 돈으로 음악을 점령한 것에 불과하지, 고양시가 문화예술에 대한 진정성과 올바른 문화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왜 사전에 제어되지 못했는지, 시는 그 배경과 원인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heeya@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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