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동료와의 유착 주공은 복마전인가

대한주택공사(주공)가 마치 복마전 같다. 경기경찰청이 당초 주공 간부에게 로비를 한 건설브로커를 검거하면서 시작된 뇌물수사가 진행되면서 전관예우·인사청탁·개발정보 유출·수주비리 등 거대 공기업의 각종 비리가 고구마 줄기 엮여 나오듯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수사가 진전되면 또 어떤 비리가 밝혀질 지 주목된다.

경기경찰청은 분당 주공 본사에서 압수한 공사발주 관련 서류를 분석한 결과 주공의 전 서울본부장 A씨(구속)가 퇴직한 뒤 부회장으로 입사한 토목설계회사 B사에 특정 지역의 개발계획 정보가 넘어간 것으로 확인했다. B사는 A씨가 2005년 5월 주공서 퇴직한 뒤 입사하기 전엔 주공에서 발주한 설계용역 수주 실적이 거의 없었으나 이후 수주는 17건(255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주공 간부 10여명에게 수억원의 뇌물이 건네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집에선 100만원씩 봉투에 든 현금 4천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주공 직원 접대용으로 7천500만원의 판공비를 카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토목설계회사 B사는 퇴직한 주공 간부에게 고액 연봉을 주며 임원으로 영입하고 그 임원은 인맥과 돈을 동원, 친정인 주공의 발주 용역을 수주하는 전형적 로비 행태다. 주공 간부들 또한 퇴직 동료 뒤를 봐주고 뇌물을 받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의 전직 동료와의 유착 비리다.

전직(前職) A씨의 주공에 대한 영향력은 그의 여러 행태에서 감지된다. A씨는 토목설계사인 B사 입사 이후 주공 직원 8~9명을 스카우트, 주공 인맥 관리에 활용했다. 주공 퇴사 후에도 주공 판교사업단 전문위원이 인사 청탁을 할 정도로 주공 내에 확실한 인맥도 갖고 있었다. 숨은 비리가 더 없는지 우리가 수사 추이를 지켜보고자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찰이 주공에서 압수한 서류중에는 퇴직자 모임과 관련된 서류도 있다. 또 퇴직자 200여명이 주공 사업과 연관된 업체에 입사해 활동 중인 것도 밝혀졌다. 퇴직 동료 뒤 봐주기는 한창 문제가 됐던 공직사회의 전관예우와 다를 바 없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전에는 없었는지 철저히 수사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과 퇴직 동료의 공생을 위한 유착은 필연적으로 부정으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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