恨牛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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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韓牛)가 위기에 처했다.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한우 매출이 급락하고 사료값은 오르는데 산지 소값은 계속 떨어진다.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 ‘LA 갈비’가 4년 7개월 만에 유입돼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미 쇠고기 업체들은 가격 할인전을 앞세워 본격적인 판매에 시동을 걸었지만, ‘고급화’ ‘명품화’로 차별점을 찾겠다던 한우업계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형국이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LA갈비는 통관을 거쳐, 8월 중순쯤 인터넷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육류수입업체들은 마진을 줄이는 대신, 싼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해 미 쇠고기를 홍보할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수입육업체들도 뼈 없는 쇠고기를 30%씩 할인해 판매한 바 있다.

한우업계는 미 쇠고기의 저가 공세에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광우병 이슈와 고물가가 맞물리면서 값이 비싼 한우 소비가 줄고 있는데다, 산지 소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떨어지지 않는 소비자 가격이 한우의 한계다. 올 3월 대비 현재 소 산지가격은 암송아지가 26.3%, 수송아지가 23.8% 등 18~26%씩 떨어졌다. 그러나 백화점, 마트 등 한우의 소비자 가격은 최근 두달 새 10% 내외 떨어지는 데 그쳤다. 6~7단계식 거치는 한우 유통 구조 때문에 가격 거품이 여전한 셈이다.

한우 고급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원산지 표시 단속도 문제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 이후 정부 차원의 한우 대응책에 대해 논의된 바도 없어 자체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하는 실정이다. 특히 한우의 산지 직거래를 늘려 고질적인 유통 마진폭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농가와 지자체, 농가와 유통업체가 손잡고 10~20%가량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산지 가격이 떨어지면 내린 가격을 빨리 반영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하다.

그러나 브랜드 한우 외 소규모 농가에서는 직거래 판매처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정부가 장터 형성에 나서주어야 한다. 문제는 미 쇠고기 파문이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값싼 미 쇠고기가 본격 유통되면 한우 경쟁력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한우(韓牛)’ 가 ‘한우(恨牛)’가 돼선 안 되는데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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