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1 - 허말임

“짊어지고 온 배낭보다

더 무거운 마음의 짐

어디 내려놓았느냐”

노스님 말씀이

햇살처럼

고요 속에 스며온다

보이지 않은 무게에 걸어온

켜켜이 짓눌린 가슴

뜨락에 내려놓으니

실체도 없던 망상이

둥둥 떠간다

숲 속도 선정에 들었는지

적막이다

수문장처럼 있던 다람쥐 한 마리

인기척에 놀라 쪼르르

두 귀 쫑긋 세우며 바라본다

무언으로 마주친 눈빛

이끌려 본 곳에

꽃망울 터질 듯 부풀린 옥잠화도

선정에 든 산사

하얀 오후

경남 진양 출생 / ‘문학산책’으로 등단 / 시집 ‘따라오는 먼 그림자’ ‘저 낮은 곳의 뿌리들’ ‘마음에 틈이 있다’, 에세이집 ‘달팽이집 같은 業을 지고’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