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공장에서 일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은 / 각목에 박힌 못에 발바닥 찔리고도 / 불법체류자라서 내버려두었다가 / 파상풍에 걸려서 죽기 전에 / 외국인 노동자병원 찾아왔었다 / (중략) / 임종을 지킨 외국인노동자들은 / 그가 천천히 숨 거두며 웃었다고 기억했다 / 우즈베키스탄 청년의 영혼은 / 일찌감치 가난한 부모님에게 돌아가서 / 정말로 편안해졌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 詩 ‘귀환’ 일부.
하종오 시인이 한국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본 ‘국경 없는 공장’과 한국 남성과 결혼해 사는 이주여성의 삶을 비춘 ‘아시아계 한국인들’ 등 두 권의 시집을 함께 냈다. 河 시인의 시에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죽어서 귀환한 “우즈베키스탄 청년”처럼 행복하지 않다. “자바섬에서 살다 온 인도네시안”은 고향의 산사태 소식을 듣고도 “공장에서 소리 내어 울면 쫓겨날까 봐 / 날마다 주먹으로 눈물만 닦았”다. 직장 동료들이 그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저녁식사 시간은 “불법체류자 단속반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시간”(- ‘외식’ 일부)이다. ‘국경 없는 공장’에 수록된 장시 ‘컨테이너 신혼방’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시선을 비판한다. “파키스탄 남편이 추방당하고 나면”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한국인 아내는 “아버지 닮아 갈색 피부가 분명할 자식을 / 자기들보다 피부가 희지 않으면 / 얕잡아보는 나라에선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주여성을 다룬 시집 ‘아시아계 한국인들’에는 배타적 시선에 상처를 입은 여성 결혼 이민자의 모습이 보인다.“어미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들 데리고 / 모롱이 돌다 하늘 향해 한숨 쉬고 / 마을길 걷다 땅 향해 한숨쉬었다 // (중략) // 아비가 한국인인데도 자신의 아들이 / 한국인을 안 닮았다 해서 따돌리는 것이 / 필리핀인 어미는 너무 슬펐다”(- ‘코리안리’ 일부).
이 시에서 한 베트남 여성은 “강간하지 말아욧!”하고 소리치지만 겉늙은 사내는 “부부관계 안 하려면 결혼 왜 했냐!”고 내뱉는다.
‘詩는 시대의 거울’이기도 하다. 하종오 시집에 가해자로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비인간적이다. 선량한 한국인들이 언제 이렇게 변했는지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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