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채 - 박무웅

내 몸에는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상처로 가득하다

그 상처를 볼 때마다 나는 문득

한 마리 파리가 되고

외삼촌의 손을 떠올린다

새벽 네시 통행금지 해제 사이렌이 불면

파리채가 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파리채는 힘이 세다

나는 재빨리 하인천 수산시장 경매장으로 날아가

스무살 펄펄 끊는 내 심장을

바다에서 길을 잃다 끌려온 생선들과 포개었다

파리채에 파득거리는

내 삶에

상처는 옹이가 되고

소중한 삶의 둥치를 키워 나갔다

나는 지금도 파리를 보면 삶을 생각한다

비상을 꿈꾼다

세상을 뚫어나가는 큰 빛을 본다

외삼촌의 손이 가리키는 내 삶의 우둠지를 본다

내 몸의 싱싱한 상처를 본다

<시인 약력> 충남 금산 출생 / ‘심상’으로 등단 / 화성예총 회장 / 제부도 바다시인학교 공동 교장 / 시집 ‘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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