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PD

가요 녹화는 거의가 가수들의 중노동이다. 녹화엔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명이 출연한다. 대가수 단독의 리사이틀이 아니고는 그렇다.

대개는 오전 중에 녹화 무대가 설치된다. 그러나 가수는 미리 녹화 스튜디오에 나가야 된다. 분장을 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분장에 이어 의상을 준비한다.

오후에 녹화가 시작되지만 바로 하는 게 아니다. 리허설을 거친다. 무대 세트에 어울리는 분위기 연출을 시연하는 것이다. 한 두명도 아닌 프로그램 출연의 전 가수에 리허설을 갖자면 시간이 걸리는 게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수만도 아니다. 안무팀의 리허설도 있다. 리허설 도중에 연출자 의도에 마땅치 않으면 못된 말을 해대는 PD도 없지 않다.

모든 리허설이 끝나면 비로소 녹화에 들어간다. 프로그램이 50분짜리 같으면 녹화시간은 보통 두어시간쯤 걸린다. 그러니까 노래 한 두곡 부르는 것을 녹화하기 위해 으레 진종일 스튜디오에 머물러야 한다. 출연료가 많은 것도 아니다. 출연료라고는 쥐꼬리지만 텔레비전 방송 출연을 무시못한다.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다. 밤무대 출연료와도 무관하지 않다. 앨범 판매엔 절대적이다. 가수며 기획사가 텔레비전 출연의 박대속에서도 중노동을 감내하는 이유다.

도박자금이 부족하다며 돈을 받았다. 새 앨범이 나왔다며 돈을 받았다. 빌려달라며 돈을 받았다. 누굴 MC를 맡게 해줬다며 돈을 받았다. 유명 가수 틈새에 끼어 출연케 해주었다며 돈을 받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가수가 소속된 연예기획사로부터 받은 돈이 그때마다 1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다. 1~2년 새에 챙긴돈이 모두 2억2천만원이다. 검찰에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된 모 방송사 전 PD의 혐의 내용이다. 검찰은 또다른 방송사 PD도 비슷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연예 PD, 특히 가요 PD는 가요계의 황제다. 연예기획사의 흥망성쇄 여탈권을 쥔 것처럼 군림한다. 이번 검찰 수사가 처음도 아니다. 비리가 곪아터지면 이따금씩 드러나는 판이니, 여느때의 횡포가 얼마나 심할지 짐작된다. 궁금한 것은 이같은 비리가 연예 PD파트에 국한하느냐는 것이다.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이런데도 방송사에선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한 마디가 없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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