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을 호소하는 119전화에 황급히 달려간 젊은 소방관은 임산부 홀로 분만하는 아기를 받아내야 했다. ‘신비로운 출산의 경외심이 지금도 또렷하다’고 했다. 지원석씨(포천 소방서)의 수기다. 심미현씨(일산소방서)는 2001년 3월 서울 홍제동 주택 화재 당시 담장이 무너져 9명이 깔려 6명은 희생되고 3명이 산 소방관 중 1명이다. ‘지금도 그 주택화재 참사가 꿈에 나타나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곤한다’고 수기에 썼다.
하재철씨(성남 소방서)는 어느 화재 현장에서 겪은 생사의 갈림길을 이렇게 썼다. ‘열기가 더 심해지고 움직이기도 힘들어졌다. 두려움과 뜨거움, 그러나 난 할 수 있다며 탈출을 시도했다. 순간 희미하게 느껴지는 지원대원의 인기척…’ 경영현씨(분당소방서)는 구급대원으로 출동했다가 말벌떼에 쏘여 얼굴이 부어올라 죽을 고비를 넘겼던 체험을 수기로 썼다.
소방관들의 비화를 103편의 수기로 엮은 단행본이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나오기는 가장 뒤에 나오는 소방관 직무의 긴박한 현장이 생생하다. 배정환씨(의왕소방서)는 ‘자신의 생명과 타인의 생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소방관의 운명’이라면서 ‘타인의 생명에 더 비중을 두게되는 자신을 생각할 땐 가족들에게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고 했다.
정말 아름다운 책이다. 처음에는 소방관들끼리 돌려보기 위해 수기를 공모했다는 것이 경기도소방재난본부측의 얘기다. 그런데 근래 소방관들의 희생이 잇따라 안전의 중요성을 일반에 일깨우기 위해 출판도시문화재단에 의해 책으로 펴내게 됐다는 것이다.
책은 어느 부부의 잔혹한 폭력 부부싸움을 떠밀리면서 말린 김유화씨(수원남부소방서), 관악산에서 조난당한 등산객을 구조하다 굴러 떨어진 김경수씨(안양소방서) 등 다양한 체험이 수기로 실렸다.
열악한 근무환경속에도 주민의 인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눈물겨운 노고가 한없이 고맙다. 그래도 주민에게 불평 한마디 없이 ‘기다리라, 우리가 간다’며 상시 출동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소방관들이 미덥다. 우리의 안전 지킴이 소방관들에게 뜨거운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우리 모두가 보내자.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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