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은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때까지는 무명이었다. 알래스카주 지사라지만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44세의 중년 여성이다.
알래스카가 또 그렇다. 금, 석유, 임목 등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워싱턴의 변방이다. 면적이 151만8천717㎢에 이르러 아메리카 합중국 중 가장 큰 주(州)이나 인구는 550만여명으로, 면적이 가장 작은 1만414㎢의 하와이주 660만여명 보다 적다.
알래스카는 베링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베리아와 마주보고 있는 북극권이다. 당초에는 러시아 영토였다. 그런데 쓸모없는 동토의 땅이라고 여겨 기껏 720만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아 넘긴 것이 1867년이다. 1958년에 주로 승격됐다.
알래스카주 지사인 페일린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당초에는 과소 평가됐던 것이 날이 갈수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워싱턴의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말해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에 도전했다.
17살난 고교생 딸이 임신 5개월인 사실이 드러나 낙마의 치명상을 입는가 싶더니,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 오히려 지지기반을 굳혔다. 그는 “딸이 출산하면 결혼하기로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치명적 악재를 솔직히 시인했다. 유세장 무대에 딸과 18살의 예비 사위를 데리고 나왔을 뿐만이 아니라, 역시 루머에 시달리던 출생 5개월의 자기 아들까지 보듬고 나타나 모든 것을 대중에게 드러내 보였다.
페일린의 솔직성, 대담성이 ‘동병상련’의 미국 어머니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가능성을 보인 무명이 되레 참신한 인상을 주었다. 오바마가 주장하는 ‘미국의 변화’가 페일린의 ‘미국의 개혁’ 논리에 밀려 매케인이 오바마를 추월, 지지도가 역전됐다. 매케인이 공화당의 주연인지, 페일린이 주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그녀의 인기도가 높다.
물론 최후의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특히 한국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악재가 드러나면 무슨 일이든 무조건 부인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하는 고질적 습성의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의 여장부 페일린이 보여준 진솔성에 느낀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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