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기 탤런트)기사는 없네요?”(그 탤런트는 낮에 방송사에서 간통 혐의로 경찰차에 붙들려갔다) “거기 있잖아요” “아니, 이건 단신이잖아요” “더 이상 쓸 게 없습니다”(써야 한다느니, 쓸게 없다느니하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그래도 다른데선 요란하게 갈겨댈 텐데?” “갈겨대라 하죠. 초치고 깨소금 치고 하겠죠…부장! 대신 다른 것으로 근사한 것 하나 써낼게요!”(중앙사에선 직책에 님을 안 붙인다)
그날 낮 인기 탤런트의 구속이 집행되는 장면은 가관이었다.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수십 명이 마치 개떼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쇠고랑 찬 그녀에게 수첩들고 소감을 묻기도 하고, 카메라기자는 카메라를 높이 들고 그녀의 얼굴 표정에 초점을 맞춰 펑펑 눌러대곤 했다.
“김 형 그만 둬요”(김 형은 같은 회사의 카메라 기자다) “?” “나는 대학을 안 나왔지만도, 명색이 대학 나왔다는 지성들이 저게 뭐야? 김 형은 그래 저게 개떼처럼 몰려들 깜이 된다고 생각해? ○○○가 무슨 왕실 공주라도 되냐말야!”(그 탤런트는 한물 갔지만 지금도 가끔 출연한다)
그때도 연예기자의 횡포가 없지 않았다. 횡포란 공연한 사생활을 들춰내어 이러쿵 저러쿵 하며 찧고 까부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기 스타도 인간적인 흠은 다 있다.(아무리 훌륭한 인격자라도 인간적인 흠이 다 있는 것처럼)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기 스타도, (인격자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다. 본인이 원치않은 사생활 공개를 공공의 이익과 무관히 상품화하는 것은 인격 침해다. 연예기자들이 인격 침해의 합리화에 흔히 드는 강변으로 대중의 알 권리를 든다. 거짓말이다. 팔아먹기 위해서다. 신문이든 잡지든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대중의 말초신경을 노랑(스캔들)기사로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연예기자의 타성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더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의도 방송가의 연예기자 생활을 3년 했다. 노랑기사를 쓰지 않고도 내가 속했던 ‘TV가이드’를 당시 최고 발행 부수의 주간지로 키웠다.(물론 혼자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서울신문사의 옛 사우 모임으로 ‘사우회’외에 ‘이목회’가 또 있다. 매월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난다는 뜻이다. 그때 그 부장도 지금 ‘이목회’ 회원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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