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서 모두 품위를 지켜라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지는 추태가 가히 점입가경이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여야간 감정싸움판이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1년과 올해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감이어서 초반부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네탓 공방’만 일삼는다. 여야의 처지가 뒤바뀌어 피감기관으로선 지난해의 우군이었던 의원들이 적군이 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른바 ‘좌편향 우편향’ 등 이념 공방이 치열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국감이 이래선 안 된다. 국정감사장이 정쟁(政爭)의 무대가 될 순 없다. 감사를 받는 측이나 감사를 하는 측의 수준이 도무지 형편이 없다. 오고가는 고성·막말이 유치하고 황당하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우선 국감장에 선 장관들의 무례가 지나치다. 누굴 믿고 그러는진 능히 짐작되지만 고압적인 답변은 예사고 막무가내식 답변을 서슴지 않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압권이다. 강 장관은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과도 설전을 자주 벌여 ‘버럭 강만수’ ‘ 핏대 강만수’라는 별칭이 붙었다. “김 (종률)의원님, 꼭 그렇게 소리를 질러야 감사가 잘 됩니까”라고 질문하는 의원을 되레 나무라기도 했다. 감사를 받으면서도 위세가 당당하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한 의원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두 정권에 걸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주중 대사를 지낸 경력을 들어 ‘햇볕정책 전도사가 영혼을 팔았나’라고 따지자 “의원님도 반성하시오”라고 쏘아 붙였다. 세칭 ‘강만수 효과’인 모양이다. 도무지 책임지려는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도 별반 다른 것 없다. 국감장에서 호통만 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사실 호통을 칠 자격도 없다. 국회는 이미 스스로 법을 어겼다. 국회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은 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문 대표의 처신은 개인의 자질 문제지만 그를 감싸는 국회의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무시하는 집단이기주의다. 국회는 면책특권을 남용함으로써 정상적인 사법절차를 방해하고 있다. 그런 국회의 일원인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앞으로 실추된 명예와 본분을 되찾으려면 이성을 갖고 국감에 임해야 한다.

국회와 피감기관은 국민을 의식하기 바란다. 국감을 통해 정치적인 ‘스타’가 되고, 또 면죄부를 받으려는 과거의 국감 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런 충고 또한 ‘우이독경’, ‘마이동풍’이 될 것 같아 재삼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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