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국정감사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일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게 국감에 나선 한나라당의 ‘대정부 엄호’다. 초반부터 도를 넘어섰다. 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피감기관 ‘보호’를 독려하고 조언에 까지 나서는 모습은 적절치 못하다.
예컨대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선거비용을 차입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야당의 날선 질의가 이어지자 “증인이 검찰 수사에 활용될 수 있어 불리한 증언을 할 필요가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등 마치 변호사처럼 행동했다.
‘피감기관 감싸기’는 국감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정부 보호’를 거론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장관들에 대해 모욕성 질문이 들어올 때는 반드시 대응해 줘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지시했다. 국회 권위를 위해 간사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제지해 달라는 홍 원내대표의 주문은 국감의 무력화를 획책하는 발언이다.
민주당의 국감실력도 이미 바닥이 난 상태다. 준비 부족과 핵심 쟁점에 대한 체계적 비판이 결여됐다. 야당으로서의 주도권을 잃었다. 오히려 ‘참여정부 심판’을 앞세운 한나라당이 날을 세우고, 야당이 방어에 나선 양태다. 국감 질의 시간 대부분을 지역구 민원 문제에 활용하는가 하면, 하나마나한 원론적인 질문을 마친 뒤 “감사합니다”라고 사의까지 표명했다. 여권의 언론장악 논란을 두고 첨예하게 여당과 맞서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도 말고는 뚜렷한 실적을 만들어내지 못해 민주당의 국감 중간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이렇게 국정감사가 파행과 정쟁을 일삼는 것은 한나라당이 미국 쇠고기 수입 파문, 국제유가 폭등, 금융위기 등으로 국정을 장악하지 못한 탓이다. 야당시절을 잊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아직도 야당으로 체질 개선을 하지 못했다. 여당인지 야당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더욱 문제는 사정이 쉬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이다. 더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감장에서 “감사하러 오시지 않았나요. 감사하세요” “질문만 하시면 어떻게 하느냐, 답변을 들으셔야죠”라는 등의 ‘오만’한 답변도 국감을 무력하게 만든다. 국감 회의론이 그래서 비등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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