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 - 정승렬

어머니와 딸 아이가 겸상을 하고 있다

네모난 교자상위에 엷게 그려진 문양

미역줄기 우거진 바닷발 사이로

한 무리의 멸치 떼가 지나가고

고등어 한 마리가 입을 벌린 채

멸치 떼를 쫒고 있다

난대성 해류를 따라

녹조류의 포자들이 밥상 위에서

흩어지고 있다

슬그머니 끼어들어 저녁을 먹는다

SBS 저녁뉴스

‘필리핀 관광을 빙자한

어느 패륜아의 현대판 고려장 충격’

어머니와 나의 눈과 귀가

TV모니터로 쏠리고 있다

순간, 어머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잠시 침묵

딸 아이는 멸치대가리를 발라서

내 밥그릇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는 고등어 살 점을 떼어

내 밥숟가락 위에 놀려 놓고 있다.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세기문학’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 경기시인협회 회원 / 경기도의회 사무처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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