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지(智) 정(情) 의(意)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의 근원이 되는 정신적 총칭’ - 이는 마음의 낱말에 대한 한글사전의 풀이다.
결국 마음은 자신의 것이다. 그러나 내 것이긴 해도 내 것이 아닌 것이 또 사람의 마음이다. 이성적 판단을 가지면서도 마음은 감성에 기울고, 감성적 판단을 가지면서도 마음은 이성에 기울 때가 많다. 이를 좌우하는 것이 외부의 조건이다. 즉 마음은 주관이고 조건은 객관이다.
약을 달인 약탕관의 물이 항상 일정할 수는 없다. 처가 달인 약의 분량은 많거나 적거나 했다. 그런데 첩이 달인 약은 항상 일정했다. 남편은 약을 달이는 정성이 처보다 첩이 더 지극하다고 여겼다. 첩은 달인 약이 많으면 내붓고 적으면 물을 타서 일정한 분량을 맞췄던 것이다.
병자호란 때다. 동대문밖 청량리에 진을 치고 있던 청나라 군영의 수장 용골대가 남산골 이 생원을 맞이했다. 미색이 뛰어난 이 생원의 처는 당시 행패가 심했던 청나라 군사에게 붙잡혀가 수소문 끝에 마침내 용골대가 취(娶)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만났지만, 가난은 해도 정분은 두터웠던 그런 아내가 아니었다. “장군! 조반석죽도 제대로 못챙긴 것을 생각하면 이가 갈리옵니다. 저놈 목을 치소서” 비단옷에 금장신구를 두룬 아내의 외침이다. 용골대는 환도를 빼어 들었다. 기합 소리와 함께 목이 떨어진 것은 이 생원이 아닌 여인의 것이었다. “미안하오. 본국에 가서, 만일 나보다 윗사람의 여자가 또 되면 그땐 내목을 쳐라하지 않겠소!” 어리둥절해 하는 이 생원에게 들려준 용골대의 말이다.
그러나 대개는 그런 상황에서 감성에 치우쳐 이 생원을 죽이는 것이 보통이다. 아부하는 아랫 사람이 조퇴를 신청하면 “암 몸이 최고지”하며 허락하고, 미운 아랫 사람이 조퇴를 신청하면 “무슨 소리야 공사를 구분못하는 구먼”하고 퇴짜놓기 십상인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본심을 감추고 꾸민 첩을, 꾸미지 않은 본심의 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인간의 간사한 마음인 것이다.
한문의 첩(妾)은 서있는 여자란 뜻이다. 서있는 여자는 언제 떠나갈 지 모른다. 첩 뿐이겠는가, 인간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 처보다 첩 같은 인간 관계를 더 좋아하는 용골대보다 못한 못난 인간들이 많아 세상이 더 어지럽혀지고 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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