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화폐의 최소 단위는 ‘전’이다. 돈 전(錢)자다. 그러나 전 단위는 일몰됐다. 현행 최소 단위는 ‘원’이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소 단위인 1원 짜리 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의 최소 단위 통화는 10원 짜리 동전이다. 그런데 10원 짜리 동전은 길에 떨어져 있어도 줍는 사람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10원 짜리 동전을 만드는 덴 4.5배의 돈이 더 든다. 이토록 비싼 돈을 들여 만든 10원 짜리 동전이 천덕꾸러기인 것은 돈의 유통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고 단위 화폐인 만원 짜리 한 장도 시장에 나가면 눈 녹듯이 사그라지는 판이다.

그러고 보면 실생활의 최소 단위는 100원 짜리 동전인 셈이다. 100원 짜리 동전을 만드는 덴 약 40%의 돈이 더 들어간다. 한데, 100원 짜리 동전 또한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코 흘리기 아이에게 주어도 마뜩찮게 여긴다. 100원 짜리 동전 한 개로는 사먹을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100원 짜리 동전 한 개가 신경 쓰이는 데가 있다. 택시의 기본 요금 1천900원은 참 묘하다. 거스름돈을 받기도, 안 받기도 어줍잖은 것이 100원 짜리 동전 한 개인 것이다. 전엔 기사들이 서슴없이 거슬러 주거나 손님 또한 안 받고 그냥 내리기도 했던 것이 요즘 들어서는 달라졌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100원 짜리 거스름 동전을 받을 요량으로 우물우물하며 기다린다. 그러면 기사들 또한 거스름 동전을 내주는 것이 예사롭지 않을 때가 많다. 손님 앞에 성큼 내주면 될 터인데, 100원 짜리 동전 한 개를 든 손이 중간쯤 머물러 있어 받으려면 손님이 손을 뻗어야 하는 것이다.

세간의 서민생활 인심이 이토록 기막히게 달라져 가는 것을 택시를 안 타는 분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정부의 고관들은 더 더욱 알 턱이 없다.

그런데 100원 짜리 동전 한 개를 거스름 돈으로 내주는 기사의 손길이 손님들에게 점점 더 먼 위치에서 머문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러는 기사가 많다. 살기가 점점 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높은 이들은 말로만 떠들 일이 아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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