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진실씨를 비롯한 대다수 연예인 자살의 사례처럼 자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자살 원인의 80%는 정신장애와 관련됐으며, 자살자의 약 60%가 우울증과 조울증 등 ‘기분 장애’를 경험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자살을 암과 같은 일반적인 질병과 달리 심리적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 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자살이 매년 늘고 있지만 예방이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울증의 경우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상당수가 유병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지난해 전국 병원에서 진료받은 우울증 환자 1천425명을 조사한 결과, 64.4%가 ‘우울증인 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들이 처음 정신과를 찾기까지는 평균 3.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에 대한 낮은 사회적 관심, 정신과 치료에 대한 오랜 편견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울증 환자가 빠른 시간 내에 증상을 자각하고 거리낌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말해 준다.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병’이다. 100명 중 15명 정도는 평생 한 번쯤 우울증을 겪지만 초기에 잘 대처하면 감기처럼 치료하기 쉽다고 한다. 주요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즐거움의 상실이지만 개인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청소년은 학업능력 저하나 비행으로 나타나고 노인들은 치매 같은 증상을 보인다. 계절에 따라 식욕부진, 체중감소 같은 증상을 보이거나 여성의 경우 출산 뒤 생기기도 한다.
우울증과 우울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아무런 이유 없이 하루에도 여러차례 우울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우울감은 대개 2~3일 가량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이 아닌 지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 가운데 단순 우울증의 경우 자살률이 10~15% 수준이지만 조울병은 자살률이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 약물 복용과 정신 치료 등을 병행하면 80% 이상 완쾌된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치료제는 긍정적인 삶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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