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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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크게 떫은 감과 단감으로 나뉘는데, 단감은 일본을 통해 1900년 무렵에 들어왔다. 한국·중국·일본이 원산지로 조선 초기에 감이 진상품이었던 것을 보면, 재배는 훨씬 이전일 것으로 추측된다. 감은 황금빛 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단물이 들어 있다고 해서 ‘금의옥액(金衣玉液)’으로 불릴 만큼 영양가가 풍부하다. 감 한 개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A와 C를 모두 섭취할 수 있어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어린 감잎이나 감꼭지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어 별칭이 ‘팔방미인 과실’이다.

감의 맛이 처음에 떫은 것은 타닌 성분 때문이다. 타닌은 수렴작용이 뛰어나 설사나 위궤양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또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에게 감처럼 좋은 간식이 없단다.

숙취 해소에도 감만한 것이 없다. 우는 아이 울음도 멈추게 하는 곶감은 술독으로 우는 어른들의 울음도 그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울철 홍시는 아이들의 영양 섭취에도 좋지만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들 간식으로도 그만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감 품종만도 200종이 넘는다. 연시(홍시)·곶감(건시·관시·백시)·땡감·골감·반시·소시·둥시·두리감(월하시)·대봉시·고종시·사곡시·(상주) 분시·(예천) 수종시·(임실) 먹시 등 많다. 이 중 고종시는 고종 황제에게 진상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며, 땡감은 덜 익어 맛이 떫은 감으로 따뜻한 소금물에 넣어두면 떫은 맛이 사라진다.

여름철 비 오는 날 뒤란 감나무 밑에 가면 땡감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 실에 꿰어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떫은 맛이 채 사라지기도 전 어머니 몰래 꺼내 먹었다. 어린 시절의 땡감은 그래도 여간 맛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감의 계절’이다. 농촌엔 감나무가 없는 데가 없고,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고장도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요즘은 도시에도 감나무가 많다. 여름날 지던 감꽃, 단풍 든 감나무 잎은 또 얼마나 예쁜가. ‘감 고장의 인심’은 인심이 퍽 순후함을 이르는 말이다. 겨울날 까치가 먹으라고 감나무 꼭대기에 달린 감 몇 개는 따지 않은 어르신들의 인심이 그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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