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마지막 생계수단마저 ‘흔들’
IMF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 구제대책의 일환으로 처음 시작된 ‘공공근로사업’이 내년부터 대폭 축소된다. 경기도가 공공근로사업의 실효성 등의 문제를 이유로 들며 내년도 공공근로사업비를 올해 지원된 90억원에 비해 25%나 적은 70억원선으로 축소 편성한데다 일선 시·군들조차 긴축재정 등을 이유로 사업비 확보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생계를 유지해왔던 상당수 저소득 영세민들과 실직자들이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공공근로사업의 실질적 수요층인 40~60대 저소득 장기 실직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고용안정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사업비 삭감은 적지 않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도내 공공근로사업 현황은
공공근로사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저소득 실업자들에게 한시적으로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를 제공,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후 도내에서 해마다 일선 시·군을 중심으로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의 실업자와 정기소득이 없는 일용근로자 등 하루 평균 4천~5천500명이 분기별로 이뤄지는 공공근로사업에 참여, 주 5일 하루 8시간 동안 3만1천~3만5천원(교통비 3천원 별도)의 일당을 받고 단순노무 및 행정보조, 쓰레기 분리처리, 도로정비, 환경정비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도내 31개 시·군에서 모두 472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하루평균 4천80명이 4개 분야 91종의 사업에 투입, 올해말까지 이같은 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경제위기 속 사업 축소
이런 가운데 도는 내년도 공공근로사업비 예산을 올해 지원된 90억원보다 25% 줄어든 70억원선으로 축소 편성했으며 현재 경기도의회 예결위 통과를 앞두고 있다.
도는 사업비 축소 이유로 세수 부족에 따른 전체 도비 삭감을 이유로 들고 있으며 공공근로사업의 실효성 논란도 예산 감액 편성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근로사업을 놓고 ‘성과없는 국가재원 낭비’, ‘근본대책 없는 실업정책’이라는 등의 비판 여론과 함께 3개월 단위로 단기적·한시적으로 이뤄지면서 숫자 채우기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지적도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는 사회계층이 일정한 직업이 없는 40~60대 저소득층인데다 상당수가 취업의 문턱을 넘기 힘든 저학력, 비숙련자로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생계를 잇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사업비 축소는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 생계비가 없어 최저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직자들이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 실직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구비되지 않은 사정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 속 공공근로사업의 축소는 많은 수의 실업자 양산으로 연결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도비 삭감에 재정이 충분하지 않은 일선 시·군의 사업비 축소 방침으로 인해 내년도 공공근로사업 규모가 대폭 줄어들면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32만의 파주시는 올해 13억여원에 달했던 공공근로사업비를 내년도 예산에선 8억4천만원으로 축소 편성했으며 부천시도 올해 36억4천만원이었던 공공근로사업비를 내년에는 32억7천만원으로 적게 잡았다.
이와 함께 구리시 등도 도비 삭감에 따라 자체 시비도 축소 편성키로 하는 등 도내 대다수 시군에서 내년도 공공근로사업비를 축소 또는 동결할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을 둘러싼 논란
사정이 이렇지만 도 관계자는 “IMF 이후 공공근로사업 참가자가 해마다 꾸준히 감소하다 최근 들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많은 이들이 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실제 국가적으로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공근로사업에 있어 도비의 역할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공공근로사업은 시군의 의지에 따라 확대될 수도 축소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저소득 장기 실직자들에 대한 대안 없는 공공근로사업의 조정은 저소득층을 버리는 행위’라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성훈 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처장은 “저소득 장기 실직자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없이 실시하는 일방적 사업비 축소는 수혜자들로 하여금 대단히 폭력적인 행위다”며 “실업사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공공근로사업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취업 청년층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실직자들이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생계를 잇기 힘든 40~60대라는 점”이라며 “이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실업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도의회 경제투자위원회 정기열 의원(민·안양)은 “경기가 장기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고용안정과 관련된 공공근로사업비가 삭감 편성된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수정기자 nsjung@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