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범벅 땅’… 지자체 “오염치유 없인 매입 불가”
낙후된 경기북부지역 희망의 원천으로 떠오른 주한미군공여구역 반환문제가 국방부와 해당 지자체 간 환경오염치유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수년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북부지역 단체장들이 반환기지의 오염토양 정화가 전액 국비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지 매입을 유보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고 나서면서 공여구역 반환문제가 점점 더 미궁속에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기지 환경오염의 원인자인 미군은 현재까지 기지를 반환하면서 생기는 정화비용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국민 혈세로 미군이 오염시킨 기지를 정화해야 하냐는 반미 불만여론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현황
현재 경기도내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은 51개소 211㎢(6천371만평)에 달하고 이 가운데 34개소 173㎢(5천224만평)가 반환됐거나 반환될 예정인 반환대상 공여구역이다.
반환대상 공여구역 중 22개소는 이미 반환됐고 앞으로 12개소가 반환될 예정이지만 이미 반환된 22개소는 사실상 공여구역 반환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4년 이전의 것들이다.
반환대상 공여구역을 경기 북·남부로 구분해 보면 북부지역이 29개소 145㎢(4천397만평)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남부지역엔 5개소 28㎢(845만평)가 반환 대상이다.
시·군별로는 파주시가 캠프하우스 등 12개소, 의정부시 8개소, 동두천시 6개소, 하남시 2개소, 평택시 2개소, 양주시·포천시·연천군·화성시 각 1개소 등이다.
아울러 전국적으로는 93개소 242㎢(7천329만평)의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가운데 54개소 178㎢(5천384만평)가 반환 예정지역에 해당된다.
◇미군 오염시킨 땅 우리 세금으로 치우나
국내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미 반환된 기지 중 22개의 기지에서 총석유류탄화수소(TPH),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중금속 등에 의한 토양오염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총석유류탄화수소 기준으로 토양환경법상의 우려기준(500㎎/㎏)의 5∼101배나 초과했으며 총 오염면적을 기준으로 평균 40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개 기지에서는 유류취기, 기름띠, 자유상유류, 용존오염물질 등 유류오염의 영향이 발견됐고 지하수 용존 오염물질로 TPH, 벤젠, 페놀, 크실렌, TCE, PCE가 각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간 합의에 따르면 이 같은 반환기지의 환경협상은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SOFA 환경분과위원회 환경공동실무위원회는 미군기지의 적합한 치유수준, 치유방법, 사후관리 방안과 일정을 포함하는 치유조치에 관해 협의토록 명시, 양측 위원장이 협의결과를 보고받고 검토해 적절한 치유수준, 치유방법, 사후관리방안과 일정 등을 협의하게 된다.
그러나 불분명한 치유기준, 현장확인에 대한 규정이 빠져 있는 부분, 자료공개의 제한부분, 조사기간에 있어 150일로 돼 있는 부분들이 현행 규정의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 2003년 5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인 ‘주한미군의 반환 공여지에 대한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에 합의하면서 미군 공여지 반환 시 미군이 오염을 정화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군은 공여지 반환 전 기지 오염도 조사를 시행해 인체에 무리가 가는 성분이나 지하 기름성분 등을 제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철저한 비밀로 일관, 어떤 문건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23개 기지가 반환된 현재까지 토양, 지하수 오염에 대한 미군 측의 정화처리작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부분은 한국 정부가 고스란히 책임져야 할 형편이다.
정부추산에 의하면 23개 기지의 치유비용은 270억원에서 1천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염된 지하수 정화비용까지 합하면 최소 2조 내지 15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봤다.
◇정부와 지자체 간 오염치유 비용 갈등
공여지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미군 측의 외면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설명회를 통해 올 2월 농업기반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을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정화사업 수탁기관으로 선정했다.
이어 지난 6월 실시설계를 시작했으며 10월 실시설계 완료와 함께 이달부터 정화사업을 착공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막대한 예산부담을 이유로 토양환경보전법을 내세우며 정화기준을 ‘가’지역(주택, 공원, 학교 등), ‘나’지역(잡종지, 철도부지 등)으로 이원화해 정화하겠다고 돌연 발표, 도내 지자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자체들은 “이미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개발구상이 완료됐고 대부분 주택, 공원 등이 들어서는 택지지구로 조성하려는 마당에 공여지를 지목별로 세분화해 정화하는 것은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국방부는 실시설계를 중단, 재설계에 돌입했으며 ‘가’, ‘나’ 지역 구분없이 정화하는 대신 ‘나’지역을 ‘가’지역 수준으로 정화할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정화비용은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토록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공여구역특별법 제 3조에 의하면 국방부는 공여지의 토양오염을 제거한 뒤 양여하거나 매입할 수 있다고 명시된 만큼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경기지역 북부 지자체장으로 구성된 경기도 주한미군공여구역 자치단체장협의회는 지난 11월26일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토양 정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토양오염 추가 정화비용을 국고보조로 하지 않을 경우 공공시설 설치를 위한 기지 매입과 활용을 유보하겠다”고 공표했다.
/박수철기자 scp@kgib.co.kr
인터뷰/ 황민혁 녹색연합 간사
-주한미군공여구역 반환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데 현재 상황은.
▲이미 반환받은 미군기지가 23곳이다. 그런데 ‘오염자 부담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실제 정화 비용이 보상받은 비용의 2배쯤 된다. (토양, 지하수 오염관련 추가비용의 추가로 기존 1200억에서 2500억으로 증가)
이 비용 부담을 놓고 지자체와 국방부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추가 비용은 반드시 미국이 부담해야할 부분이다.
-앞으로 반환될 기지에 관한 환경오염 치유비용 부담은.
▲추가로 반환받아야 할 미군기지는 42곳으로 이는 이미 받은 미군기지와 비교할 때 면적만 7배에 달한다. 반환받을 당시의 기준으로 보상금액이 처리된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그 피해는 수조원에 달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화 기준을 놓고 미국과 논의 중인데, 확실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은 모두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환경오염 치유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이중 잣대가 문제다. 미국 자국 내에선 기지 주변의 환경 문제를 놓고 주변 시민과 환경단체들과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한다. 미국 자국 내 기지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책임 회피는 말이 안 된다. 앞으로 반환받을 미군기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오염자 부담원칙에 걸맞는 SOFA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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