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철도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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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도 철도’는 지하 40~50m 깊이에 철도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지하 40m 이하 깊이에 공사할 경우 관련법상 지상 토지 소유주에게 땅값의 0.2% 이하만 보상해주면 된다. 미국 워싱턴(79m), 러시아 모스크바(84m), 북한 평양(100~150m) 지하철 등이 대표적인 대심도 철도다.

경기도가 올해 초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광역교통망 확충 차원에서 지하 40~50m에 건설되는 대심도 고속철도 구상을 내놓았었다. 37.7㎞ 구간을 복선터널(중간역 2곳)로 공사할 경우 2조7천억원이 들며, 통행시간은 18.4분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구상은 안전성이나 경제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서울 수서~동탄~평택(60.7㎞)을 KTX로 연결한다는 국토해양부의 복안과 충돌하면서 실현성이 희박해졌다.

하지만 대심도 철도가 전부 무리는 아니다. 깊은 땅속에 길을 뚫기 때문에 토지보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기존 철도에 비해 건설비가 40% 가량 절감된다. 지하 공사여서 민원 발생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기존 철도는 노선이 구불구불한 데다 속도까지 느리지만, 대심도 철도는 직선화하고 중간 절차를 최소화해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삼성동까지 20분 안에 갈 수 있다.

특히 국토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네트워크 사업 구상’을 발표해 수도권 대심도 철도 건설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수도권 교통 정체를 급행철도로 연결하려는 이 사업을 위해 현재 국토부가 동탄~삼성동을 비롯해 서너 개 노선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 대규모 건설업체 10곳도 자체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 참여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부정적인 지적이 없진 않다. 하루 이용자가 7만명(편도요금 3천원) 선이면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동탄 1·2 신도시 인구가 50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7만명 이용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동탄신도시엔 대심도 철도보다는 광역간선급행버스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오늘날은 교통·운송에서 철도가 에너지·환경면으로 각광을 받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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