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두루미인 학(鶴)은 선학(仙鶴)·선금(仙禽)·노금(露禽)·태금(胎禽)·단정학(丹頂鶴) 등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학은 고고한 선비의 이상적인 성품을 상징해왔으며 장수를 상징하는 대표적 존재로 인식돼왔다. 그림이나 詩의 소재로 학을 즐겨 채택하였고 복식이나 여러 공예품에도 학을 많이 넣었다.
학문양은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행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사람들은 학을 기물에 새기면 장수·행복· 풍요의 운이 찾아든다고 믿어서, 장수를 송축하는 선물을 교환할 때엔 주로 학을 새겨 넣었다.
공예품에 나타나는 학은 시대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인다. 고려시대의 학은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다리를 수평으로 쭉 펼치고 있는 동적인 모습이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날개의 윗부분과 다리가 맵시 좋게 약간 구부러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공예품에 새겨진 학은 구름 또는 소나무와 함께 표현되고 있다.
이들 유형의 공통점은 대부분 장생을 의미하는 구름과 소나무, 불로초 등과 짝을 맺고 있는 점이다. 특히 구름과 학을 조화시킨 운학문(雲鶴紋)은 통일신라시대의 공예품에서부터 등장, 그 역사가 오래됨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주로 상감청자에 학이 새겨졌다. 한쌍의 선학이 구름 사이에서 비무(飛舞)하는 모습, 두 마리의 학이 긴 목을 서로 휘감고 춤을 추는 모습 등 형태가 다양하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선 추상적인 운학문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범위도 자기 그릇에서부터 문갑·함·필통·베겟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그제 우리나라의 국조(國鳥)를 학으로 지정하자는 범국민운동 발대식이 전국 기초단체장 30여명으로 구성된 학송회와 국조선정범국민운동본부 공동 주최로 국회에서 열려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매년 전 세계 학의 4분의 1이 우리나라를 찾는 만큼 학을 국조로 지정해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대식에 앞서 지난 7월 299명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10명 가운데 67명이 ‘학을 국조로 삼고 싶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까치를 사실상 국조로 알고 있는 터에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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