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궁평리 - 송유나

찬비가 그렁그렁, 소금 밴 바람 치고

몸 뉘인 갯개미취 역광으로 눈부시다

저 홀로 뜨지 못하는 폐선 한 척 되작이는

큰고니가 찍어놓은 발자국 개흙 판화

남몰래 젖은 소매 안으로만 추스르다

딛고 선 그 깊이 모르고 아래로 푹 빠진 날

갈라져 벌어진 틈 이음새 없이 지쳐 두고

당차지도 못하면서 외발 들고 서 있는지

해종일 혜윰에 젖어 발 시린 줄 몰랐을까

빛은 서고 소리는 누워 하얗게 피어난 꽃

에둘러 들어선 길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베돌다 끝내 그 자리, 둥지 트는 텃새였네

짠물의 기울기는 썰물 보면 이내 안다

밀치듯 둥글리듯 낮은 쪽은 접어두고

버겁게 누워있는 길이 돋을볕 되어 환해질지

* 궁평리 : 경기도 화성시 팔경 중 하나로 낙조가 유명하다.

* 혜윰 : ‘생각’의 순수 우리말

<시인 약력> 경기 화성시 출생 / ‘문학저널’(시), ‘월간문학’(시조)으로 등단 / 중앙일보 전국시조백일장 장원 / 열린시조학회· 비전 삶과 문학·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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