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절후의 하나인 동지는 밤이 가장 길다. 여름철 하지부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다가 동짓날에 이르러 극점에 다다른다. 따라서 동지 이튿날부터는 하지까지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고대인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 태양신에 제를 올리는 축제를 벌였다. 중국의 주(周)나라가 동지를 설날로 삼았던 게 이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도 비슷했다. 조선왕조 23대 순조 때 학자 홍석모가 지은 책으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가 있다. 연중 행사와 풍습을 집대성한 책이다. ‘동국세시기’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라고 했다. 작은 설이라는 말인 데 역시 태양의 부활을 의미한다.

동짓날에 쑤는 동지죽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전래의 고담이 작은 설로 친데서 연유한다. 동지죽을 쑤는 팥은 잡귀를 쫓는 축귀(逐鬼)의 효험이 있는 것으로 믿었다. 팥이 붉은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효과가 있는 걸로 보아왔다는 것이 민속적인 해석이다. 돌림병이 퍼질 땐 우물에 팥을 넣어두기도 했던 것이다.

동지가 음력 동짓날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 데 애동지엔 또 동지죽을 안 쑤기도 하는 풍습이 있다. 올핸 동짓달 스무나흘 날이 동지여서 노동지다. 음력으로는 동짓날이 동짓달 중에 불규칙적으로 드는데 비해 양력으로는 언제나 12월21일이 동짓날이다.

동짓날은 왕조시대에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관상감에서 이날 새해 달력을 만들어 조정에 내면 임금이 친람하여 옥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눠주고, 지금의 행정안전부격인 이조(吏曹)에서는 지방수령 방백들에게 배포하였다. 농경산업이 절대시됐던 때였으므로 새해 달력은 농사와 관련된 주요 자료였던 것이다. 영농과 밀접한 연중 24 절후의 기록은 특히 중요했다.

어젯밤이 올 동지다. 오늘부터 밤이 짧아진다. 태양이 부활한다고 믿었던대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태양의 부활과 아울러 경제의 부활도 함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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