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조립공정 생산직 여성근로자 ‘비호지킨림프종’ 발병률 일반인 5배

반도체 제조공정에 근무하는 여성근로자들이 백혈병과 같은 림프조혈기계암인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위험이 최고 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반발해 온 백혈병 발병 및 사망률은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조사됐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29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공단 본부 강당에서 이같은 내용의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의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역학조사 결과 반도체 공장 여성근로자의 비호지킨림프종의 표준화암등록비는 일반인 집단의 발생을 1로 봤을 때 생산직 여성에서 2.66으로 집계돼 발생률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립공정의 생산직 여성의 경우 표준화암등록비가 5.16에 달해 일반인보다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할 확률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을 빚어 온 백혈병 발병과 사망여부에 대해서는 일반인집단과 비교할 때 남성근로자의 경우 발병은 비슷하나 사망은 오히려 낮았으며 여성근로자는 발병 및 사망은 일반과 비슷하나 표준화사망비는 1.48, 표준화암등록비는 1.31로 일반집단에 비해 다소 높았다.

이번 역학조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한국반도체협회 소속 6개 회원사와 29개 협력업체에서 지난 10년여간 근무한 전·현직 근로자 22만9천683명의 고용보험자료와 사업장 인사자료를 통해 이뤄졌다.

공단 직업병연구센터 박정선 소장은 “발생률, 사망률이 매우 낮은 질환인 림프조혈기계암의 위험도를 평가하기엔 추적기간이 짧았고, 세부적 직무와 공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부족으로 분류 오류에 대한 가능성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한뒤 “암 발생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연구는 충분한 위험요인 정보를 파악해 앞으로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해 국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여성근로자의 사망과 업무연관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사 근로자의 사망건이 보고되는 등 논란을 빚자 지난 3월 국내 전체 반도체 근로자로 확대, 림프조혈기계암 발생위험도를 평가하는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김동수기자 ds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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