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금연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하와이 해변에서 웃옷을 벗은 채 가슴살이 탄탄하게 단련된 몸짱을 과시했다. 평소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 등 건강에 신경을 쓴다. 그러면서도 몸에 이롭지 못한 담배는 좀처럼 끊지 못한다.

그는 20대 후반에 배운 담배가 골초가 된 지 20년이 된다. 대통령 후보 유세에 나서면서 금연껌을 씹는 등 담배를 끊으려고 했으나 아직껏 끊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선되고 나서 가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담배 얘기가 나왔다. “담배를 끊었느냐?”는 질문에 오바마는 “실패한 적이 몇번 있다”는 말로 아직 끊지 못했단 뜻을 내비쳤다.

흥미로운 것은 백악관은 금연구역이라는 점이다. 포드 대통령(1974~1977년)은 애연가였다. 그러나 포드 이후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 아들 부시 등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애써 금연구역으로 설정한 것은 클린턴이 백악관에 있을 때 힐러리가 추진했다.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공관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었던 전례를 백악관에도 옮겼던 것이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물론 금연구역을 해제할 순 있다. 그가 작심하기에 달렸다. 금연구역이 해제되면 환영하는 백악관 근무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 관습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에서 금연구역 해제는 오바마의 이미지에 부담이 간다.

그는 “백악관에서 담배불을 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로 역시 금연구역 해제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는 1월20일 워싱턴에서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갖는다. 취임식엔 마이클 잭슨, 오프라 윈프리 등 대중의 인기 스타들도 참석한다.

오바마의 금연은 과거의 실패에도 이젠 체면상 불가피할 것이다. 그는 금연을 다짐한 체면을 지키기 위해 금연과의 전쟁을 지금쯤 벌이고 있을 지 모른다.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 치고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새해 들어 금연을 결심하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오바마가 된 마음으로 작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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