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를 돕기위한 경기도의 열정

이종철<제2사회부 탐사보도팀기자>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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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최근 경기도의 택시 영상기록물저장장치(블랙박스) 설치 지원사업을 보면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도는 지난해 7대 공공요금(버스·택시 등) 동결에 따른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택시 블랙박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택시업계를 돕는다는 점에서 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道)의 행보가 ‘도(度)’를 넘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택시 블랙박스 사업 추진 배경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추경예산 심의·의결과정에서 집행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도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동료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까지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도비 교부는 물론 조달청의 다수공급자물품계약 입찰개시일(구랍 31일) 전에 계약이 대부분 완료됐다는 것이다. 도의 입장을 십분 감안한다 해도 이 사업의 추진 과정이 정상적인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더욱이 경기도개인택시조합은 납품업체로부터 조합발전기금을 받기로 해 항간에 떠도는 기부설이 사실로 밝혀졌다. 조합이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으면 그만큼 제품 단가가 올라가게 돼 도민들의 혈세가 낭비될 뿐만 아니라 도가 조합을 간접 지원하는 꼴이 된다. 그런데도 도는 이에 대한 해명보다 치부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도의 한 공무원은 “내 돈(도비)으로 내(경기도)가 알아서 하는데 왜 이러쿵저러쿵 떠드느냐”고 오만을 부리기도 했다.

여기에 도가 관련 법과 조례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선거법 위반(선심성 기부)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김문수 경기지사가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택시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등 각종 루머까지 떠돌고 있다.

도는 지금이라도 사업 추진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 각종 특혜 의혹을 불식시켜야 마땅하다. 그래야 수도권 규제 완화 등 경기지역 현안문제를 풀기 위해 친정인 여당까지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 지사의 ‘열정’이 ‘과열’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이종철 <제2사회부 탐사보도팀기자> jc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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