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놀이도 시대따라 변한다. 예를 들면 요즘은 썰매 타는 것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썰매를 탈만한 얼음판도 별로 없긴 하다.
연놀이나 팽이돌리기 자치기 같은 건 더욱 볼 수 없다. 흘러간 민속이 됐다. 이런 놀이를 즐겼던 예전 아이들은 영양 상태가 부실했다. 코흘리개가 유난히 많았던 것이 그 때문이었다. 지금의 아이들 중에 코를 흘리는 아이는 거의 없다.
예전 아이들이 지금으로 치면 민속놀이를 즐겼던 것은 다른 놀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전에는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어른들이 거치적 거린다며 나가서 놀아라고 했다. 아이들은 많고 집은 비좁았던 탓이다. 지금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세태다. 특히 이즈음 같은 강추위 땐 더 그렇다. 아이가 많지 않기도 하고 나가면 감기에 걸리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들은 이래서 진종일 집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뿅뿅’대기가 일쑤다.
예전 아이들 놀이를 자연친화로 치면 요즘 아이들 놀이는 문명친화로 비유할 수가 있다. 코를 흘려대는 영양 부실에도 강추위와 맞서 밖에서 놀았던 것은 자연친화의 체력이 몸에 베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문명친화가 몸에 베어 영양 상태가 좋아도 자연의 힘, 즉 추위 등에 저항력이 약한 것이다.
같은 예전에도 지주의 아들은 따뜻한 명주옷에 잘 먹고 잘 살아도 항상 허약했던 것은 책상물림이었고, 머슴 아들은 무명옷에 잘 못 먹어도 건강했던 것은 흙바탕에서 놀며 땅김을 쐬고 컸기 때문인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대체로 체격은 커도 체력은 약하고, 충동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한 연유가 문명친화에 기인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루소의 자연주의는 18세기에 나온 것이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상고해볼 가치가 있다.
이 며칠동안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강풍이 몰아치곤 해 춥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겨울은 겨울다운 게 정상이다. 썰매의 계절인데도 썰매 탈 변변한 곳 하나 없는 게 이즈음 아이들을 위해 안타깝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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