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의 입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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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대부분 입을 닫았다. 입법 전쟁, 용산 참사, 개각 등 쟁점 현안이 잇따르고 있지만 초선들의 입이 열리지 않는다. ‘정중동(靜中動)’ 행보라고 보기엔 침묵의 시간이 너무 길다. 패기와 열정으로 정치권 소금 역할을 했던 초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초선들이 현안 관련 소신 발언을 꺼리는 모습은 올 들어 특히 뚜렷해졌다. 국정감사와 함께 날카로운 질의로 초선들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과시할 수 있는 대정부 질문 신청도 그렇다. 한나라당 원내행정실은 1월 중순부터 대정부 질문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자가 크게 부족해 2월 임시국회 직전까지 재공모해야 했다. 초선이 91명이나 되지만 20여명에 불과한 질문자 수를 채우는데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공룡 여당 내 신선한 목소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초선 모임들도 제 역할을 아직 못한다. ‘이목회(耳目會)’ 등 일부 모임은 사실상 와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쓴소리’는 그래서 거의 남경필·원희룡 의원 등의 몫이다.

초선 무기력증 원인은 공천 후유증 원인이 크다. 계파 나눠먹기식으로 비판을 받은 지난해 공천을 경험한 초선들이 계파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공천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자신의 향후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마음속 의견을 표출하지 못한다. 주류가 결정한 당론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현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초선 의원들은 “중진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게 됐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홍정욱 의원이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아마추어에게 프로 중의 프로인 브로드웨이 무대를 맡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현 후보자가 2002년 쓴 ‘한반도 평화와 군사안보’란 글을 거론하며 “현 후보자는 이 글에서 ‘한반도 장래를 생각할 때 가장 영구적이고 탄탄한 평화의 도래는 같은 체제를 가진 두 국가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통일된 한반도가 아니어도 별로 상관은 없다’라고 적시한 바 있다. ‘통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식의 통일관은 통일부 장관의 견해로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욱 의원의 말대로 현인택 후보자의 통일관은 걱정스럽다. 여야를 불문하고 홍 의원 같은 ‘소신 있는 초선 발언’이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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