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화 - 이덕규

백련사 동백 숲 부도탑 뒤로

햇빛 피해 심각하게 숨어든 우울 한자리

손바닥만 한 잔설 위에

더 이상 도달할 색깔이 없는 한 떨기

붉디붉은 목숨이 떨어져 있다

늙어 죽는다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라는 듯이

한겨울

생생한 가지 끝으로 내몰린

새빨간 이념의 정수리에 울려 퍼지는

저 연이은 최후의 종소리들

탕 탕 타 - 앙

지리멸렬의

뒷방 냉골에 뒹구는 비릿한 동백 송이들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현대시학’으로 등단 / 제9회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 /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