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교과서의 ‘한국 오류’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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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침입에 대비해 서울 시내의 광고판들에는 레이더 설비가 감춰져 있다.” (캐나다 ‘21세기 세계의 이슈’),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몇 백년 동안 북한과 남한은 한 나라였다.”(태국 ‘세계지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이길상 교수가 최근 출간한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에 실린 내용의 일부분이다. 이 같은 왜곡과 오류는 일본 교과서는 물론 많은 교과서에서 발견된다. 미국의 ‘세계사:인류의 유산’은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 300년 동안 한국은 중국의 지배를 받았다”고 적었고, 멕시코의 ‘우리시대의 역사’는 “한국은 중국의 옛 영토였다가 1910년 일본에 합병되었다”고 묘사했다.

황당한 내용도 적잖다. 캐나다의 ‘유산:서구와 세계’는 “일본에 합병된 한국은 2차대전 동안 일본과 기타 주축국들의 편에 서서 연합국에 대항했다. 그래서 독일처럼 한국도 미국과 소련의 구역으로 분할되었는데, 그 분단선은 38도선이었다”고 묘사하고, 이탈리아의 ‘1900년대 세계사’는 “한국은 암시장을 통해 재료와 기술을 도입하기만 하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다”라고 소개했다. 아르헨티나의 ‘일반지리’는 한국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자동차 강국으로, 파라과이의 ‘역사와 지리’는 한국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지역으로 표현하고 있다. 호주 교과서는 “태권도는 원래 중국에서 차용한 것이다. 한국어는 중국어와 다르며 일본어와 아주 흡사하다”고 적었다. 대만 ‘세계사’는 “한국이 중국의 속국에서 벗어난 것은 1895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중국에 승리를 거두면서 얻어다 준 선물”이라고 기술했다.

이길상 교수가 2003년부터 검토한 세계 40여개국 500여 교과서 중 한국을 제대로 소개한 나라는 몇몇에 불과하다. 튀지니의 ‘현대세계지리’는 “한국은 불리한 여건을 딛고 거의 선진국에 도달한 국가로 아시아 경제발전의 가장 훌륭한 본보기”라고 기술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의 교과서에서 한국은 무관심하거나 일본의 식민사관에 의해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한국오류’를 시정하기 위해서 정부의 지원과 민간 차원의 학술적 노력, 문화 교류가 필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이길상 교수의 노고가 매우 크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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