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부사로 쓰이는 ‘막’은 방금이란 뜻이 있다. 예컨대 “이제 막 차가 떠났다” 등이다. 이 때의 막은 단일어다. 그러나 합성어로 쓰면 달라진다. ‘막내’를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선 방금이 아니고 맨 끝이란 뜻으로 뒤바뀐다.

그런데 ‘막’을 합성어로 하는 말은 대체로 의미가 좋지 않다. ‘막일’ ‘막담배’ ‘막 되다’ 등 이외에도 있다.

‘막장’이란 말은 같은 합성어라도 좋지 않은 뜻이 아니고 ‘막내’란 말처럼 맨 끝이라는 어휘다. 광산이나 탄광의 갱도 끝 작업장이 막장이다. 석탄 등을 채굴하는 채굴막장이 있고 갱도를 더 파들어가기 위해 굴진하는 굴진막장이 있다. 막장은 낙반사고를 막기 위해 철재나 목재로 받쳐야 하는데 작업량에 따라 막장은 날마다 지하로 더 전진해간다.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막장’의 비하에 한 마디 했다. “언론에서 막장국회(깽판국회) 막장드라마(불륜드라마)라고 하는데 탄광의 막장은 희망을 캐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 수백m 30도의 열기 속에 2천여 사원이 땀흘리는 막장은 폭력이 난무하는 곳도, 불륜이 있는 곳도 아니다”라면서 본인은 물론이고 그들의 가족들을 위해 막장의 남용을 자제해 달라고 항의했다.

그 같은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숙연해진다. 막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신성한 막장을 ‘건달국회’나 ‘X판드라마’에 빗대어 써서는 안 될 것 같다. ‘막장’을 비하하는 것 자체가 막장 일하는 이들의 인격권 침해라는 생각을 갖는다. 조관일 석공 사장의 사려가 깊다.

막장의 의미 자체는 ‘막’의 합성어에서 막내의 의미와 같은데도, 못된 말로 쓰이는 ‘막’의 합성어가 있어 비하 하기 쉬우나 합성어가 다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막장이나 막내처럼 맨 끝을 나타내는 합성어에 비해 첫머리에서 밝힌 것처럼 단일어의 방금과 같은 뜻이 합성어에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막걸리다. 청주를 뜨지 아니하고 그대로 막 걸러 짜낸 술이 막걸리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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