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개를 문 것은 뉴스가 되어도, 개가 사람을 문 것은 뉴스가 안 된다”고 했다. 기자 초년병 시절에 선배들한테 들은 말이다.
그런데 개가 사람을 무는 것도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개들도 달라졌는지 전에 없이 사람을 물어 죽이는 일까지 종종 발생한다.
경찰이 시민을 때렸다는 말은 들었어도 시민이 경찰을 때렸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적어도 전에는 그랬다. 지금은 과격 시위가 자행되면서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충돌, 경찰이 시위대를 때리기도 하고 시위대가 경찰을 때리기도 하는 세태가 됐다.
한데, 시위 현장이 아닌 길가는 경찰관을 경찰이라는 이유로 집단폭행한 초유의 불상사가 시위대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 7일 오후 9시10분경 서울 동대문역 6번 출구에서 혜화경찰서 박 모 경사(36)가 이런 봉변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용산철거민 참사자 추모행사에 참석했던 군중 가운데 일부로 거리시위를 위해 동대문역으로 이동했던 사람들이다.
시위대 중 누가 사복 차림의 박 경사를 알아보고 “경찰이다!”라고 소리치자 빙 둘러싼 채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뭇매 맞는 경찰관의 호주머니를 뒤져 빼앗은 지갑에서 나온 신용카드로 인근 편의점서 담배 열 갑 등을 산 시위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밤 종로3가 등지서 벌인 시위로 경찰관 10여명이 시위대에 폭행당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관이 무고한 시민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은 독직이다. 반면에 시민이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은 공무집행방해가 아니고는 비교적 관대하게 보았다. 예컨대 취중난동 등이다. 그러던 것이 이젠 길가는 경찰관을 집단폭행하는 것도 모자라, 지갑을 뺏기까지에 이르렀다. 경찰관이 시민에게 지갑을 빼앗긴 것은 해외토픽감이다.
공권력의 추락이다. 나락으로 떨어졌다. 진압 경찰관이 죽거나 다친 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되어도, 시위대가 죽거나 다치는 것은 크게 문젤 삼는다. 문젠 공권력이 무력한 시위 만능의 사회치고 잘 된 사회가 없다는 사실이다. 공권력의 나락을 우려하는 것은 경찰을 위해서가 아니다. 공동체사회의 사회방어를 위해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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