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권력구조

러시아는 푸틴 전 대통령이 총리가 되고 푸틴 밑에 있었던 메드베데프 전 총리가 대통령이 된 흥미로운 나라다. 물론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심복이다. 메드베데프를 총리로 기용한 것도,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도 푸틴에 의해서다.

푸틴은 3선 연임 금지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심복에게 한 번 대통령자릴 맡겨뒀다가 다시 대통령을 하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가 전 같지 않은 모양이다. 총리인 푸틴의 독주에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으로서 제동을 거는 파열음이 잦아 점점 심상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처음 이들의 관계에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만이다. 조각도 푸틴 총리가 마음대로 해 대통령에게 명단만 제출했을 뿐, 현안 보고 없이 1개월여를 지냈다. 푸틴이 어쩌다 메드베데프를 찾아 국정에 대해말해도 보고가 아닌 통고나 기껏해야 협의 수준이었다. 이에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측근인 발루예프스키 총참모장을 임기 중에 해임함으로써 푸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이런 일이 있은 이후에도 두 사람은 파워 게임이 은근히 이어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에 노골적인 불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얼마전 “내각의 경제위기 극복 조치가 심히 미흡하다”고 푸틴이 수장인 내각을 싸잡아 비난했다. 3월 초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통합러시아당에 부정이 있다는 여론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통합러시아당은 푸틴이 당수인 것이다. 한편 메드베데프 자신은 정의러시아당 당수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고로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조선 왕조에서 세자의 정치 참여를 금기로 삼았던 것은 차기 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나눠 가질 수 없는 권력을 부자가 나눠 가짐으로써 불가피해질 충돌을 미리 피하기 위한 것이다.

하물며 아무리 심복이라 할지라도 남남 간이다. 메드베데프가 푸틴이 바라는 대로 과연 끝까지 푸틴 총리의 심복 대통령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러시아의 이례적 권력구조는 정치학의 학문적 연구 대상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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