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탐정(探偵)’이란 직업이 없다. 탐정을 내걸고 활동하다가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26조6호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공권력이 다른 곳에 신경쓰느라 일반인의 애로사항이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여서 생겨난 게 흥신소다. 1960년대 후반에 생긴 흥신소는 80년대 이후 심부름센터로 변신했다. 심부름센터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돼 전국에 200여 곳이 등록돼 있고. 미등록 불법센터도 수천개나 된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긍정적으로 지향하는 민간조사원(PI·Private Investigator)은 탐정(Detective) 정도의 의미인데 사단법인을 만들어 2000년부터 능률협회 후원으로 교육을 한다. 2004년부터 산업인력공단에서 훈련도 실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정에 의해 1997년 탐정시장이 개방돼 미국, 호주 등의 탐정사무소가 한국에 지사를 차리고 기업을 상대로 성업 중이다. 일본만 해도 6만~7만명의 PI가 활약하고 있는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관련법이 없다. 법무부가 ‘민간조사법’(가칭)을 마련하는 배경이다.
민간조사법 초안을 보면, 민간조사인은 범죄·위법·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가출인이나 분실물을 찾는다. 또 불법행위자·채무자의 재산 소재를 파악하며 재판에 사용할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민간조사인 자격시험과 등록은 법무부에서 관장한다. 만일 자격이 없는 사람이 민간조사업무를 하거나 ‘민간조사원’, ‘탐정’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 처벌을 받는다. 물론 경찰의 지도·감독을 받는다.
법무부가 민간조사법을 마련한 데는 그동안 국가의 수사력이 공익침해 사건에 집중되면서 경미한 범죄나 재산을 둘러싼 분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엔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이 발의한 민간조사제도 도입을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데 법무부안과 이인기 의원안 모두 PI제도를 법제화하자는 데 공감하고 있다. 민간인이 범죄수사까지 관여하는 외국의 ‘셜록 홈스 법’이 시기상조라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양성화하고 관리·감독하는 법은 있어야 한다. 민간인이 수사관 행세를 하는 등 부작용은 우려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을 순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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