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미국에 체류 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세균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부정적 기류 속에 일부에선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무게를 두어 가세하고 있다.

“당을 내가 만들었다” “지금은 당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때다” 정 전 장관의 말이다. 그러나 정작 당은 그를 반기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사람이다. 그의 참패로 민주당이 정권을 잃었으면, 야당 전락의 첫 번째 책임자라는 것이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당내 기류의 시각이다. 대선 실패에 이어 18대 총선에선 서울 동작구서 “이곳에 뼈를 묻겠다”며 출마했으나 또 낙선했다.

그랬던 그가 고향의 이점이 있는 전주시 덕진선거구 재보선에 나서 정치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이다. 민주당이 공천을 주든 안 주든 선거구가 덕진이면 당선은 거의 확실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정치 복귀 이후다. 민주당에 다시 돌아가면 그의 입지와 역할이 과연 뭣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평당원으로 백의종군 하겠다’고 한다고 해도 곧이 들을 사람이 있을리 없다. 당 의장을 두 번이나 했다. 비록 떨어졌지만 대통령 후보를 지냈다. 평당원으로 그칠 리가 만무하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인 눈이다.

민주당의 권력구도 개편이 어떻게 되는 안 되든 당내에 갈등의 소리가 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정치 재기에 성공만 하면 반대했던 사람들도 절로 모일 것으로 보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속내임을 어렵잖게 짐작된다. 정치 재개의 궁극적 목표는 차기 대선의 재수일 것이나, 한 번 흘러간 물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정 전 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는 차기를 겨냥, 자연법칙을 거역하는 인위적 회귀다. 그도 대선 재수병에 걸린 사람 같다. 구실은 당을 위한다지만 개인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이 그의 정치 재개다.

이에 비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4·29 재보선 불출마 선언은 신선하다. 물론 당선 가능성을 저울질한 고뇌 끝의 결정이었을 것이나 잘 한 일이다. 정동영의 출마선언, 박희태의 불출마 선언은 한나라당쪽에 짐스러웠던 4·29 재보선 부담을 민주당이 되레 무겁게 진 역전 현상을 가져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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