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4년 중원을 지배하던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 칸은 징발한 고려군 3만5천명을 포함한 4만명으로 일본 정벌에 나서 단숨에 규슈까지 진격했지만 태풍에 밀려 퇴각하고 말았다. 태풍의 정체는 열대성 저기압이지만 일본인들은 이를 ‘가미카제(신풍·신성한 바람)’라 여기게 됐다. 칸은 7년 뒤 4만명의 몽골·고려·중국인 연합군에 남중국인 10만명까지 보내 설욕을 시도했지만 태풍의 공격에 또다시 전멸했다. 이 ‘가미카제의 전설’이 일제의 악명 높은 ‘가미카제 자살특공대’를 낳았다.
1923년 9월 이틀 사이에 500여 차례의 여진이 강타한 관동대지진은 일본 제국주의를 잉태한 또 하나의 자연재해다. 흉흉해진 민심은 ‘우물에 독을 타 일본인들을 죽이려 했다’는 거짓 소문에 광분해 조선인 대학살을 빚었다. 유럽의 1차 세계대전 특수를 타고 아시아 첫 근대국가로 승승장구하던 일본은 지진 후폭풍을 돌파하고자 호전적인 팽창정책을 펴 끝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아프리카의 뿔’ 에티오피아 고원의 악숨 왕국은 기원 후 1~8세기 사하라사막 남쪽을 지배한 강대국이었으나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소멸했다. 건조한 사막 기후에서 몬순 기후로 바뀌자 나무를 베어내고 경작지를 늘려 산림을 파괴한 까닭에 기후가 다시 건조해져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말았다. 기원전 3천년부터 지중해의 크레타섬에서 번성하던 미노아 문명이 기원전 1628년 인근 화산섬 칼리테스의 대폭발로 쇠락하는 바람에 그리스 본토의 미케네 문명에 서양문화의 원류자리를 빼앗겼다. 1360년 영국-프랑스의 백년전쟁 흐름과 유럽 중세사를 바꾼 것은 무서운 폭풍우가 쏟아낸 우박세례였다. 1815년 지금의 발리섬 인근 숨바와섬에서 일어난 화산 폭발이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반구 전역에 강추위로 인한 대기근을 낳았다. 1888년 미국 동부 해안지역을 마비시킨 폭풍설 ‘킹 블리자드’의 충격으로 뉴욕에 지하철이 건설됐다.
이제 예상되는 21세기 미래의 재앙은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다. 예측 불가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재해다. ‘현대인은 서서히 가열하면 뜨거운 줄 모르는 채 죽어가는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지구촌 곳곳의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