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의원(한나라당)인 강 회장은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준 선수들에게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병역특례 법안을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는 은퇴 이후 1년 정도 유소년 스포츠를 지도하게 하는 등 병역을 대신할 수 있는 의무를 지우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표선수들의 병역문제는 국민정서와 여론을 봐가며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에게 휴대전화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대다수가 야구대표팀 병역 미필자에게 병역특례를 줘도 좋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대표팀에 병역특례 주는 것에 찬성한다”가 전체의 71.3%, 반대가 23.1%였다. 찬성하는 측도 조건에 관해선 입장이 갈렸다. “이미 4강에 올랐으니 특례를 주어도 좋다”가 26.0%, “결승 진출 시”는 22.3%, “우승 시”는 23.0%였다. 성별로는 남성(77.5%)이 여성(65.3%)보다 혜택을 주는 것에 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방부와 병무청은 “병역특례는 여론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는 스포츠 종목뿐 아니라 바둑대회 수상자,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입상자, 한류 스타까지도 병역특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집단 민원이 끊기지 않는 것도 반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체력과 기량을 한껏 발휘할 20대 초반에 운동선수들이 군대생활을 하는 건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인식이 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운동선수 격려는 국군체육부대 입대나 체육훈장 수여 등으로도 가능하다. 올림픽대회에서 동메달 이상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 한해 병역특례를 주는 현행 병역법이 무난하다.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기영합적인 차원에서 수시로 바뀌면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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