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 - 의자왕이 궁녀에게 - 문효치

부소산

벼랑 끝에서

보석같이 단단한

별이 되는구나.

텅 빈 하늘에

현란한 물감을 들이며

잠시 허공에 흐르다가

차가운 백마강에

몸을 담궈

정하게 씻기는 별이 되는구나.

구차하게 부지한 목숨으로

한 마리 슬픈 노예의 넋이 되어

나는 지금 황산벌을 헤매는데

빨간 꽃잎 같은 목숨을 날려

너는 반짝이는 자유가 되는구나.

<시인 약력> 한국일보·서울신문 신춘문예(1966년)로 등단 /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백제 가는 길’ ‘선유도를 바라보며’ 등 다수 / 동국문학상·시문학상·평화문학상·펜문학상 수상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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