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출근제

삼성전자 일부 임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다. 퇴근 시간은 출근 시각에서 9시간 후다. 이러한 자율출근제를 지난 1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간이 포함된 9시간 근무를 마치고 자기가 알아서 퇴근하는 것이다.

우선은 디자인부문, 디지털프린팅 사업부, 완제품 부문 연구소 임직원 등 800여명이 시범적으로 자율출근제를 하고 있다. 약 2개월동안 시범 운영을 한 뒤에 문제점을 보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창조적 조직문화 구축의 일환’이라는 것이 자율출근제 실시의 이유다.

자율출근은 형식출근의 반대 개념이다. 더 말하면 출퇴근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반드시 유능한 직장인은 아닌 것이다. 출근시간 맞춰 나왔다가 밖에 나가 진종일 개인 일 보고는 퇴근시간 맞춰 들어오는 직장인이 더러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진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있다고 해서 성실한 직장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여기저기에 개인 용무의 전화질이나 해대고 엉뚱한 생각으로 시간을 떼우는 사람들이다.

직장인은 프로 의식이 중요하다. 기업체 임직원은 자신이 기여한 기업 수익에서 월급을 받고, 관공서 공무원들은 자신이 기여한 사회공익의 대가로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다. 월급값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월급도둑’이란 말이 이래서 성립된다. 프로 의식이 빈곤한 사람들이다.

형식출근제는 피동형인 반면에 자율출근제는 능동형이다. 피동형은 소극적이고 안일주의의 폐단이 없지 않은 데 비해 능동형은 적극적이고 창조주의의 강점이 높다. 삼성전자의 자율출근제는 국내에선 처음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에선 이미 실시하고 있다.

역시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사람을 신뢰하는 기업이다. 임직원들의 프로의식이 충만함을 믿는 것이다. ‘월급도둑’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도둑’이 있는 직장에서 자율출근제를 했다가는 큰일 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기업이든 관공서든 가장 주요한 것은 인적 자원의 품격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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