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黨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지하 2층에는 ‘건강관리실’이란 팻말이 붙은 곳이 있다. 목욕탕이다. 국회의원 전용이다. 물론 공짜다. 냉온·열탕에 헬스장·이발소·휴게실 등이 있는 호텔급 목욕탕이다.

목욕탕은 좀 묘한데가 있다. 평소엔 서먹서먹한 사이일지라도 막상 목욕탕에서 마주치면 눈 인사쯤은 하게 된다. 물론 벌거벗은 채 그런다. 몸에 걸치는 옷은 치장이다. 치장한 몸은 맘도 치장하게 된다. 그러나 벌거벗으면 달라진다. 뭐라 할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출산됐던 벌거벗은 본연의 모습이랄까, 아무튼 옷을 입고 있을 때와는 다르다. 이래서 부자나 형제, 모녀나 자매 등 가족끼리 목욕탕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맘을 교감하기도 한다.

국회에 ‘목욕당’이 창당됐다는 보도가 흥미롭다. 지난 19일 창당됐다는 것이다. 당원이 여야를 통털어 무려 45명이다. 안상수(한나라당) 최인기(민주당) 의원을 공동대표로하여 온도조절위원장·시설관리위원장·탈의실복지위원장 등 여러 당직자도 인선했다는 것이다.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생각하고 인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목욕당’의 창당사다.

아마 ‘목욕당’내 여야 의원들의 대화가 목욕탕에서 많이 있게될 것 같다. 목욕탕 밖에서 만나면 서로의 입장 때문에 통하지 않는 말도, 목욕탕 안에서 만나면 통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벌거벗은 채 마주 대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몸을 감추지 않고 얘기하다 보면 맘도 열려 감췄던 것도 더러는 털어 놓을 수가 있다. 친화력 역시 더해진다.

국회의사당 ‘건강관리실’(목욕탕)은 평소 이용하는 국회의원이 적잖아 “교섭단체를 구성해도 되겠다”는 농담이 있었던 터였다. 안상수 의원 역시 자주 이용하다가 이번에 ‘당수’가 됐다. 농중진담 끝에 창당을 본 ‘목욕당’ 당세가 확장돼 국회가 종전의 오명을 털어내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매체가 되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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