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를 놓는 여자-최 진 연

한 여자가 수를 놓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학이 날아가는

창가에 앉아서

색색의 실을 풀어

고구려 벽화를 복원하는 듯

내가 바라보는 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듯

눈치 채지 못하는 채하는 듯

차고 예리한 바늘

가끔 손을 놓고

먼 하늘을 바라보는 표정

눈가에 성에가 끼는 듯

가끔 눈을 비비벼

그 여자는 수를 놓고 있었다

<시인 약력> 경북 예천 출생 / ‘시문학’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 시집 ‘이 가을에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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