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봉

의사봉은 국회 의사진행의 상징물이다. 본회의장 의사봉은 50만원 짜리다. 상임위원회 의사봉은 약 반값이다. 박달나무 재질이었던 게 지금은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개회, 안건 상정, 의결, 산회 등 그때마다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곤 한다. 세 번을 때리는 덴 다른 이유를 드는 사람도 있지만, 삼 세 번을 좋아하는 한국적 민속으로 지지대子는 보고싶다.

그런데 국회 파행엔 으레 의사봉 쟁탈전이 벌어진다. 지난 2월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스페어 의사봉이 등장했다. 어느 야당 의원이 개회를 막기위해 김영선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의사봉을 ‘땅땅땅’하고 쳤다. 의사봉 쟁탈전에 대비해 미리 하나 더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3월3일 역시 정무위원회다.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에 반대한 한 야당 의원이 아예 위원장 의자에 앉아 버텼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위원장석 뒤로 돌아가 스페어 의사봉 3타로 통과를 선언했다.

지난 22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을 때다. 박진 위원장 역시 의사봉 쟁탈전에 대비해 두 개를 준비했다. 그러나 의사봉을 꺼내들 틈이 없었다.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주당, 민노당 의원들까지 회의장에 들어가 박진 위원장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가까스로 의사봉을 두드리려고 하자 쟁탈전과 방어전이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면서 의사봉을 빼앗기자 박진 위원장은 통과를 선언하고는 주먹으로 책상을 세 번 쳤다.

의사봉 3타가 요식행위는 아니다. 국회법에 의사봉에 관한 규정은 없다. 관행이다. 의사봉을 안 친다고 해서 의사 진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자의 선언만으로 능히 가능하다. 이런데도 의사봉 빼앗기의 육탄 돌격이 관행화된 것이 우리의 국회다.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 번은 여당을 보고, 한 번은 야당을 보고, 마지막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다”라고 한 것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말이다. 마땅히 양심의 의사봉을 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를 파행으로 모는 육탄 공격의 의사봉 빼앗기 또한 양심의 소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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